[EE칼럼] 양손잡이 ‘인재’가 뜬다

에너지경제 ekn@ekn.kr 2019.10.09 13: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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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필자는 왼손잡이다. 아니 정확이 말하면 왼손을 주로 쓰는 양손잡이다. 왼손으로 타고났지만 어려서부터 어른들의 엄격한 가르침으로 몇 가지는 오른손을 써야 했다. 필자가 유초등생이었던 1960-70년대의 시대적 상황과 경직된 고정관념 탓이다. 그 당시엔 왼손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오른손은‘옳은 손’의 변형으로,"왼손=그르다, 오른손=바르다"고 생각해 온 거다. 그래서 왼손에 쥐었던 연필과 밥숟갈은 오른손으로 자연스럽게 바꿔 들었다. 나 스스로도 바꿔 살았다. 그래야 살 수 있었기에. 용품이 필요한 야구 등 일부 스포츠에서도 오른손잡이가 되었다. 용품을 구하기 어려웠기에 손을 바꿔 운동했다. 지금까지도 왼손잡이가 아닌 양손잡이로 살아온 이유다. 우리 사회의 불편한 민낯이자 그릇된 편견이 낳은 부조화다.

그래도 다행스럽다. 최근 들어 양손잡이 사회가 회자되고 있어서다. 특히 기업이나 기관 등에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이 도입되고 있다. 한 손은 기존 사업 중심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또 다른 한 손으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혁신적인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기업의 규모가 크거나 수행 중인 기존 사업이 잘될수록 혁신을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조직운영 방식이다. 한 손만을 쓰는 획일성을 벗어나 조직에도 양손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것이다. 양손의 장점을 살리면 조직 내 시너지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양손잡이에 대한 해외 기업의 사례와 전문가의 언급도 눈길을 끈다. 오디오의 명가 뱅앤울룹슨(Bang & Olufsen).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 오디오 수요 위축으로 큰 위기를 맞게 되자, 2012년 양손잡이 조직을 만들었다. 본사의 간섭이 없는 혁신적인 아이템을 개발을 위해서다. 그 결과‘베오플레이’라는 서브 브랜드를 출시했는데 기대 이상의 큰 성과를 거두었다. 양손잡이 조직을 출범시켜 얻은 것이다. 찰스 오라일리(O’Reilly)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변화를 읽지 못하는 기업들이 성공 증후군에 빠져 혁신에 실패했다."고 진단하며"대기업들이 오랫동안 업계 선두를 지키며 살아남으려면‘기존 사업 유지’와 ‘미래 사업 실험’이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잘하는‘양손잡이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도"지금 필요한 미래 인재는 양손잡이 전문가"라고 말했다. 왼손에는 경제학 등 전통학문, 오른손에는 데이터 사이언스와 AI로 무장한 것이 바로 양손잡이 인재다. 양손잡이가 각광받을 세상이 오고 있다.

왼손잡이는 소수면서 사회적 약자다. 전 세계 성인 중 약 10%, 우리나라는 약 5.8%가 왼손잡이며, 국내 왼손잡이 출생률은 10%-20%정도에 성인이 되어서는 4% 만이 왼손잡이라고 한다. 다수의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가 되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왼손잡이가 틀린 게 아니다. 다른 손을 사용하는 것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다른 것을 틀리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잘못된 인식과 잘못된 언어습관 탓이다. 이제 바꿔야 한다. 왼손잡이가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은 상상을 넘는다. 지하철 개찰구, 컴퓨터 마우스, 가위 등 수 없이 많다. 오른손잡이에 맞춰진 도구, 사회구조와 시스템도 늦었지만 양손잡이에 맞춰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 왼손잡이가 더 이상 불편하지 않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왼손과 오른손을 같이 쓰는 양손잡이를 주목하자.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양손잡이였고,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진출 후 최고의 활약을 보인 류현진 선수도 좌투우타(左投右打)의 양손잡이다. 양손잡이 전문가가 부상하는 시대다. 매리언 울프도 그의 책 ≪다시, 책으로≫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양손잡이 읽기 뇌’를 키워줘야 한다."며 "인쇄 기반 읽기능력과 디지털 기반 능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사고, 생각, 행동이 한손잡이가 아닌 양손잡이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변화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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