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갈등 '외교·국방까지 확전'...美 '하나의 중국' 위협

박성준·송재석기자 mediapark@ekn.kr 2019.06.12 12: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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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만 국가로 공식 인정...20억 달러 무기 판매 추진도
中,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로 보복 임박
中 희토류, 수출량 줄어...압박 심해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기본적인 통상 문제를 넘어 외교·국방 분야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톈안먼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맞아 중국의 인권유린을 강하게 비판하고 티베트·위구르 소수민족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면서 중국 고립화 전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여기에 미국은 양국 관계의 40년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대만 카드’까지 꺼내든 데 이어 최근에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대중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도 이에 굴복하지 않고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희토류의 수출 규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이 지난달 희토류 수출량을 큰 폭 줄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 홍콩·대만 카드 만지는 美…‘하나의 중국’ 사실상 부인

▲12일 홍콩에서 시민들이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AP/연합)


미국 국무부는 최근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기 위해 이 법을 악용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지난 9일부터 개정안 반대 시위에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홍콩 시위는 중국에 의해 자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시민들의 두려움이 표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홍콩 정부가 제안한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홍콩에서 수십만명이 벌인 평화시위는 이 법안에 대한 대중의 반대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 통과 시 중국 당국은 본토로 개인을 인도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된다면서 미국은 이 법안이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하고 오랫동안 지속한 인권 보호와 기본적 자유 및 민주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홍콩인들의 우려를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우리는 또한 개정안이 홍콩의 사업 환경을 해칠 수 있고 홍콩에 거주하거나 홍콩을 방문하는 우리 시민들에게 중국의 변덕스러운 사법제도를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도망자와 범죄자에 대한 어떤 (법)개정도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광범위한 국내 및 국제 이해 관계자들과 충분히 협의해 추구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달 홍콩의 민주화 지도자인 마틴 리 전 민주당 창당 주석을 만나 이번 법안이 "홍콩의 법치주의를 위협한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나아가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한 국가 두 체제’의 지속적인 침식은 홍콩이 오랫동안 확립해 온 특수 지위와 국제 문제를 위태롭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말한다.

특히 홍콩 일국양제에 대한 우려와 중국을 향한 견제를 담은 미국의 입장 표명은 최근 대만을 ‘국가’라고 언급한 것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무역전쟁으로 양국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이달 초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언급하며 중국이 최고로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를 건드렸다. 지난 1979년 미국은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할 때 중국의 요구에 따라 대만을 나라로 인정치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했다. 하지만 이번에 대만을 공식적으로 국가를 인정하며 기존 원칙을 부정한 셈이 됐다.

미국은 또 대만에 총 20억 달러(2조3560억원)의 무기를 판매할 추진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계속된 압박 캠페인을 감안할 때 우리(미국과 대만)의 파트너십은 필수적"이라며 "국방부는 대만이 충분한 자기방어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국방 물자와 서비스를 전폭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는 고도로 민감하고 엄중한 위해성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 반격 나서는 中…희토류 수출 규제 카드 곧 꺼낼 듯

▲중국 장시성의 희토류 광산(사진=AP/연합)


이렇듯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리면서 무역전쟁을 둘러싼 중국과의 마찰이 외교 분야까지 번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이에 맞서 희토류 공급 제한 조치를 실행에 옮기는 등 대미 공세 수위를 극한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국가와 단체, 기업과는 교류를 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세계 44개 항공사에 대만을 국가로 오인할 수 있는 표기를 삭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특히 대만을 국가로 분류한 한국의 한 대학교 교내 행사에까지 사과할 것을 요구할 정도로 집요하다.

앞서 중국 발개위는 지난달 28일 미·중 무역 전쟁이 확대하자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한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달 20일 이례적으로 장시(江西)성 간저우의 희토류 생산업체를 시찰하면서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 자원"이라며 대미 무역 전쟁에서 희토류 공급 카드를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희토류는 세계 첨단 과학기술 산업의 중요한 원자재로 중국은 세계 최대 저장량과 생산량,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전체 희토류 수입량의 80%를 중국에 의지하고 있어 미·중 무역 갈등 시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 당국이 희토류 ‘무기화’를 시사한 지난 5월에는 희토류 수출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가 사용될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5월 희토류 수출량은 3640톤으로 이는 전월(4329톤)보다 16%나 감소한 수준이다. 최근 들어 중국 희토류 수출량이 약 20% 증가율을 기록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아울러 올 1∼5월 누적 희토류 수출 규모 역시 1만9265.8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줄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쿼터를 줄여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미 희토류 수출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단위:톤, 자료:중국 해관총서


특히 중국 내에서도 당국이 조만간 희토류 수출 규제를 강화해 대미 희토류 수출을 대폭 줄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업계 관계자들은 당국이 최근 이례적으로 희토류 관련 규제 기관과 기업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세 차례나 가져 조만간 희토류 수출 규제를 골자로 하는 일련의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4일과 5일 희토류 관련 업계와 규제 기관, 전문가들을 각각 불러 희토류 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개발위는 성명을 통해 "희토류의 특별한 가치를 전략적 자원으로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의 희토류 전문가인 우첸후이는 "중국은 희토류를 원하는 전 세계 국가의 합법적인 수요를 보장할 능력이 있지만 중국 희토류로 만든 제품으로 중국의 발전을 막는 국가를 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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