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View] 희토류 '뜨고' 구리 '지고'...'G2 싸움'에 요동치는 원자재 시장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19.06.06 09: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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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구리, 아연, 희토류 등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발 무역갈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구리 가격은 내리막길을 걷는 반면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를 무기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희토류 가격은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무역갈등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따라 원자재 가격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했다.


◇ 美·中 ‘무역협상’으로 상승했던 구리가격, ‘무역갈등’ 격화로 인해 하락전환


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지난달 1일 톤당 6398달러에서 31일 5780.5달러로 한달 사이에 무려 9.65% 하락했다. 아연 가격도 같은 기간 톤당 2934달러에서 2685달러로 7.6% 떨어졌다.

지난달부터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격화 조짐을 보이면서 구리, 아연 등 비철금속 가격이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철금속은 산업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지면 가격이 오른다. 그러나 세계 금속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자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비철금속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도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2019 구리가격 추이 (단위: 톤당 달러), 자료: 한국광물자원공사


양국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미국 유학에 이어 관광에 대해서도 주의보를 내리며 대미 보복 카드를 추가했다. 이처럼 무역 마찰에서 시작된 미·중 갈등이 이제는 사실상 외교, 군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전선을 넓히면서 당분간 비철금속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특히 구리는 건설, 제조업 등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원자재인 만큼 앞으로 경제 전망에 따라 가격도 등락을 반복한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신호가 감지됐을 때는 구리 수요가 늘어 가격도 강세를 보인다. 반면 최근 미중 무역전쟁처럼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을 때는 수요가 줄어 구리 가격도 약세를 보인다.

실제 구리 값은 올 초부터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이어가면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에 지난 4월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당시 구리 가격에 대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이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기대감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4월 30일 기준 구리 가격은 연초에 비해 10.33% 오른 톤당 6442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위협을 본격화하면서 가격은 급락세를 탔다. 현재 구리 가격은 연중 고점이었던 3월 1일 톤당 6572달러 대비 약 12% 떨어졌다.

특히 세계 구리 수요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국가가 중국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구리 가격이 떨어진다는 건 그만큼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의 5월 공식 제조업 PMI는 전달의 50.1보다 크게 떨어진 49.4로 나타났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넘지 못하면 경기 위축의 징후로 해석된다.

문제는 당분간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무역분쟁이 확전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당분간 구리 가격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원광물공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무역갈등 전선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따"며 "이로 인해 (구리와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철금속업계 관계자는 "세계 비철금속 가격은 금속 자원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당시 인프라 개발을 선언했지만, 실제 행동에 나서지 않아 기대 심리도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 美·中 무역갈등 불거지자 상승세탄 희토류

▲2019 희토류가격 추이 (단위 : kg당 달러), 자료:한국광물자원공사


반면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로 희토류를 무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희토류 가격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희토류는 17가지 광물을 일컫는 것으로 구리 등 다른 광물과 비교하면 생산량은 적지만 이름처럼 희귀한 광물은 아니다.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환경오염을 초래해 상당수 국가들이 생산을 꺼리고 있지만 스마트폰, 전기차, 국방장비 등을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소재다. 전기차 한 대에는 희토류 1kg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에 공급되는 희토류의 70%를 생산했다. 미국은 희토류 수입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중단할 경우 미국 전략 무기인 F-35 전투기, 순항미사일 등을 생산하는데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희토류 중 하나인 산화디스프로슘 가격은 연초 1㎏당 173.5달러에서 지난 31일 292.5달러로 68.59% 급등했다. 산화디스프로슘은 영구자석 제조, 레이저 관련 장치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량도 급증했다. 희토류 ETF는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밴엑 벡터스 레어 어스 스트래티직 머티리얼 ETF(REMX)가 유일하다. 지난달 30일 REMX는 14.82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희토류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달 17일보다 8.10% 오른 것이다. 또 지 2일 기준 REMX 거래량은 최근 3개월 평균치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REMX는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희토류 및 희귀금속 채굴·가공에서 발생하거나 향후 이 분야에서 매출을 올릴 가능성이 있는 광산 기업들로 구성됐다.

문제는 중국 국무원 산하 경제정책 수립 기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희토류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점이다. NDRC는 최근 희토류 업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중국은 전략 자원인 희토류를 보호하고 향후 수요를 고려해 희토류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희토류 가격은 추가로 오를 수 있다.

결국 앞으로 희토류 가격의 향방을 가를 변수는 미국의 대응이다. 최근 미국은 희토류 광구 개발을 재개하고, 호주 광산업체와 협력해 희토류 공장 건설에 나서는 등 공급처를 다변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희토류 매장량 비중은 중국이 37%로 가장 많지만, 베트남(18%)·브라질(18%)·러시아(10%) 등도 희토류 보유국으로 꼽힌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카드로 인해 가격이 급등할 경우 채굴 비중이 1%도 안 되는 베트남, 브라질에서 본격적으로 희토류를 채굴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을 대상으로 희토류를 무기화하겠다는 중국의 전략도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생산을 통제한다고 해서 희토류 가격이 무조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희토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낮은 만큼 미국의 대응으로 전체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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