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전기차 '가격 패리티'에도..."10년 내 대중화 가능성 적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19.05.12 09: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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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협회 설문서 '부정적' 높아
"신모델 확대에도 구매 준비 못해"
작년 전기차 판매비중 5% 그쳐
충전소·장거리 주행 불안도 '난관'
인프라업체 대규모 투자로 해결

▲충전 중인 전기차. (사진=연합)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모델의 전기차를 선보이는 가운데 정작 미국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전기차 대중화 가능성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양산, 기술개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전기차에 대한 배경, 지식, 효과 등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주행거리, 충전소 등 전기차 관련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평가다.


◇ 전기차, 저렴한 가격 업고 대중화 잰걸음...소비자는 ‘글쎄’

미국 자동차협회(AAA)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60%는 2029년까지 대부분의 차량이 전기차로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의 전기차 시장 진입을 위해 매년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아직 전기차를 구매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의 가격이 비슷해지는 ‘패리티’가 빠른 시일 내에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설문조사는 완성차 업체와 소비자 간의 간극이 얼마나 큰 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AAA 자동차공학 부문장 그렉 브래넌은 "오늘날 대다수의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에서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 도로에서만 약 20만대의 전기차를 볼 수 있다"며 "그러나 미국인들은 내연기관차 대비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아 실제 구매와도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그동안 꾸준히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매체 인사이드이브이스(Inside EVs)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판매된 전기차는 약 200만대로 추산된다. 이 중 약 20%인 36만대가 미국에서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모델의 매출은 전년보다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우디 E-트론, 테슬라 모델 Y SUV, 포르쉐 타이칸 스포츠카 등의 전기차 모델들이 새롭게 시장에 나오면서 매출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LMC 오토모티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5년 내 100대 이상의 전기차 모델들이 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비싼 가격이 차츰 해소되고 있는 점도 판매 확대에 긍정적이다. 에너지 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전기차 생산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은 물론 전기차 모터, 인버터 등 전장 부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2022년부터는 전기차의 가격 패리티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BNFF의 니콜라스 소울로플로스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만큼 향후 본격적으로 전기차가 대규모로 양산될 경우 생산비용이 절감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딜로이트도 보고서에서 2021년이면 영국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판매량이 같아지고, 2022년에는 이같은 현상이 전 세계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약 200만대에서 향후 10년 내 2100만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동시에 자동차 제조업체가 생산량을 과도하게 늘리면서 2030년까지 약 1400만대의 전기차가 초과 공급될 것으로 분석했다.


◇ 미국 소비심리 잡기 ‘먼 산’...‘주행거리·충전’ 최대 난관

그러나 AAA의 이번 설문조사는 미국 소비자들이 전기차의 급속한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AAA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정보가 부족하고, 전기차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미국의 전기차 대중화를 가로막는 최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전체 자동차 대비 전기차 판매비중은 고작 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AAA는 "많은 소비자들은 전기차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다음 자동차로 전기차를 고려하더라도, 전기차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망설여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전기차는 제동은 물론 주행 도중에도 손실된 전기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어 고속도로보다는 정체가 심한 교통상황 속에서 경쟁력이 더욱 빛을 말한다. 하지만 AAA에 따르면 소비자의 약 60%는 주행 환경 측면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가장 보편적인 주행 환경 속에서 전기차로부터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기차 구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기차에 대한 정보부족은 미국에서만 겪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영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영국 운전자들은 전기차에 대한 잘못된 지식으로 경쟁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과 전기는 서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전기차를 세차해도 되는지 의문을 갖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제규어의 순수 전기차인 ‘아이페이스’ 등을 비롯한 일부 전기차들은 수심이 어느 정도 깊은 강도 건널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AA의 자동차연구소장 메건 멕커르난은 "전기차를 구매하는데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주어진 선택권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은 전기차가 가져다주는 효과가 무엇인지 직접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 정보부족 뿐만 아니라 제한된 주행거리, 공공 전기차 충전시설 부족 등도 전기차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꼽힌다.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주행거리를 200마일로(약 321km) 끌어올린 전기차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370마일까지(약 595km) 주행이 가능한 모델 S 전용 ‘장거리용 배터리 팩’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충전할 곳이 없어서’, ‘주행 중 연료가 고갈될 수 있어서’, ‘장거리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전기차를 구매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즉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대중화의 난관이었던 주행거리를 보완하기 위해 배터리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지만 소비자 심리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휘발유 값이 1갤런 당 최소 5달러(즉, 1리터당 최소 1587원) 이상 올라야만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값이 1갤런 당 2.87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기차를 구매할 의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기차 충전소가 많지 않고, 충전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전기차 대중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 CNBC 방송은 "최첨단 충전기술이 반영된 ‘레벨 3’ 고속충전기가 미국에 도입되고 있지만 이들은 1분당 20마일(약 32km)을 주행할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한다"며 "전기차 완충까지 10분 가량 걸리는 셈인데 이는 휘발유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차지포인트, 이브이고,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 등의 전기차 인프라 업체들은 향후 10년 이내 전기차 충전소를 확충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CNBC는 덧붙였다.

한편 캘리포니아 주에서 최대 규모의 산불 등 전례없는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기차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도 있다. AAA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중 약 16%는 다음 차를 전기차로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환경에 대한 우려’, ‘장기적인 비용 절감효과’ 등을 꼽았다. 또 전기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 중 약 67%는 돈을 더 많이 지불하더라도 비슷한 성능의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를 택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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