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유료방송 합산규제, 요즘 국회 분위기는?

에너지경제 ekn@ekn.kr 2019.04.15 10: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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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혁 자유한국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문위원

▲박래혁 자유한국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문위원


일반적으로 정당은 특별한 이슈(쟁점이슈)에 대해서는 당별입장(당론)을 갖게 마련이다. 소속 의원들의 의견이 당론이라는 형태로 수렴되고 그 당론을 토대로 여야 간에 논의를 거쳐 절충된 법안이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독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문제를 두고서는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합산규제를 재도입 하자는 쪽과 재도입해서는 안된다는 쪽의 의견 모두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팽팽히 맞서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위성방송과 케이블TV, IPTV(인터넷 TV) 등을 유료방송으로 묶어 한 사업자가 일정 점유율(1/3)을 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 주된 골자다. 한때 운영됐던 이 제도는 폐지됐지만, 최근 재도입이 국회에서 다시 논의되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통신기업들의 케이블 방송사 M&A(인수합병)와 직결돼 있다. 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케이블 사업자인 CJ헬로를 인수하기로 했고, 또다른 IPTV 사업자인 SK텔레콤도 케이블 사업자인 티브로드와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1위 사업자인 KT 역시 케이블방송사의 인수합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KT는 합산규제가 재도입될 경우 적용대상이 된다. 최근 유료방송 업계에서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다.

합산규제를 재도입하자는 측은 방송통신이 공공성과 다양성을 추구해야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거대 방송통신사업자의 독과점이 시민이 누릴 방송통신권을 침해할까 하는 우려다. 현재 케이블방송사들은 각 지역의 이슈를 콘텐츠로 제작하는 등 지역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방송사가 거대자본으로 흡수될 경우, 이런 지역 콘텐츠가 꾸준히 제작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또 공공을 위해 제작되는 콘텐츠들도 자본의 논리로 인해 점차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한 반대논리도 충분히 묵직하다. 규제가 시장경제논리에 위배되고, 결과적으로 방송통신산업의 발전을 해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규제가 4차산업혁명의 미래먹거리 중 하나인 IT-방송통신분야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실제 통신사의 방송사 인수합병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나날이 거대화되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체급을 키운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 측의 견해가 모두 타당하다보니 정치권에서도 ‘딜레마’가 발생한다. 개별 의원들 입장에선 특정 입장을 밝히기가 조심스러운 것이 요즘의 분위기다. ‘공공성’과 ‘시장경제논리’라는 거대한 담론 앞에서 그 누구도 의견을 개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호흡을 같이하는 여당조차도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해서만큼은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당별 당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당 간 의견 논의 자체도 쉽지 않다.

시장경제에서는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과 영리활동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자율성과 창의성을 토대로 기업은 결과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공공성 유지’라는 정부의 역할 역시 등한시 되어서는 안 된다. 방송과 통신에 자율과 공익이 자연스레 녹아드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양시론을 관통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딜레마. 유난히 펜대가 무겁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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