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의 눈] 건설사, 규제 완화 요구 앞서 시공 투명성 제고부터

오세영 기자 claudia@ekn.kr 2019.04.14 16: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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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증명

▲건설부동산부 오세영 기자



"재개발·재건축 규제 때문에 죽겠습니다. 건설업계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건설업계를 힘들게 하는 정책이 무엇이냐고 묻자 모 건설업체 관계자에게서 돌아온 답변이다.

재개발·재건축 규제에 반기를 드는 건 건설업계 뿐 만이 아니다. 최근 주요 재건축 단지의 조합들은 서울시에 불만을 토로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서울시가 재건축 정비계획 심의를 지연시키며 인·허가를 미루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등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반발이 거세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깊어지면서 건설업계와 조합의 불만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고쳐지지 않은 채 규제만 완화가 가능할까.

얼마 전 서울의 모 재건축 단지에서 시공사가 건자재를 저렴한 제품으로 변경했다는 문제가 준공과정에서 밝혀졌다. 해당 단지의 시공사 측은 "조합에서 건자재 변경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는 임의로 자재를 변경할 수 없다. 자재를 변경하려면 조합과 합의를 해야 하고 품질검사도 다시 진행해야 한다.

만일 시공사가 임의로 자재를 변경해 저렴한 제품으로 공사를 진행한다면 입주 시작 이후 입주민들에게 계약 위반으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시공사가 왜 이런 위험성을 감수하고 건자재 변경을 강행했을까?

그 답을 찾으면서 얼마 전 모 건설업체 관계자의 말이 떠올랐다.

"조합장이 실세에요. 파워가 제일 쎄지요."

시공사 측에서 주장하는 "조합의 요구가 있었다"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문점이 한 두개가 아니다. "조합의 지인 혹은 친척에게 자재 납품을 맡기기 위해서라든지 이해 관계를 떠나 리베이트에 의해 요구를 했을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 의심해볼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서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와 신동아, 방배 6차와 13차, 신반포 15차 등의 시공사 선정 과정을 조사한 결과 총 76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재건축은 ‘왜’ 해야 하는가.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도시의 슬럼화’를 막기위해 재건축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노후 불량 주거지를 철거하고 개선된 주거환경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개인이나 기업의 이득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도시 재생과 도시 발전이 골자라는 것이다.

정부를 향해 마냥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라고 목소리만 높여서는 안된다. 규제나 정책을 비판하기 이전에 원가 공개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시공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과정이 우선시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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