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노동이사제 좌초 분위기…사외이사 '낙하산' 논란 없애는 은행들

송두리 기자 dsk@ekn.kr 2019.03.14 17: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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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동조합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한 KB금융과 IBK기업은행.(사진=각사)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IBK기업은행이 기업은행 노조가 추천한 후보가 아닌 다른 두 후보를 추천하면서 노조가 추진했던 노동이사제가 무산될 상황에 놓였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에 반발하고 나섰지만 금융위원회가 임면을 하면 노동이사제 도입은 물거품이 된다.

노동이사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은행권에서 지배구조와 사외이사에 대해 쇄신을 요구하는 소리가 나오면서 사외이사 지형도도 바뀌고 있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업계나 학계 전문가 등이 선임되는 추세다.


◇ 금융권, 노동이사제 무산 분위기…첫 도입은 언제

기업은행 노동이사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업은행 노동자 추천이사 선임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송두리 기자)


금융권에 불었던 노동이사제 도입 시도가 잇따라 좌초되는 분위기다. 올해 기업은행 노조가 국책은행으로서는 처음 노동이사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기업은행이 신충식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면서 노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KB금융 노조 또한 올해 같은 성격의 주주제안 사외이사를 세번째 시도했으나 후보로 추천됐던 백승헌 변호사의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지며 자진 철회했다. 올초만 해도 KB금융에 이어 기업은행 노조가 노동이사제를 시도하겠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며 노동이사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잇따라 좌초되면서 도입 기대감이 다시 사그라들고 있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3일 서울 중구 금융위 앞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은행은 금융정책 공공성 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국책은행 중 하나"라며 "금융공공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금융노동자들을 대변할 노동 추천 이사가 필요하다"고 금융위에 촉구했다. 그동안 이사 선임 과정에서 금융위의 낙하산 인사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던 만큼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데다 금융위 산하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권고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조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두루뭉술한 핑계를 대고 있다"며 "금융위가 노동이사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내부 회의를 거쳐 강력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민간 금융사의 경우 주주 동의를 얻어야 하고, 국책은행의 경우 법령과 정관 변경 등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제외한 기타공공기관이 220여개 정도 되는데, 이 기관들은 현재 법률 아래서 내부적으로 정관변경만으로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수 있다"며 "정권과 기획재정부가 대통령 공약을 도입할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도입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은행권 ‘낙하산 꼬리잡힐라’…바뀌는 사외이사 인선 키워드

KB금융과 기업은행 노조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지배구조 개선과 친정권 인사 등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노조는 2017년부터 주주제안 사외이사를 추진하면서 최고경영자(CEO) 셀프 연임과 참호 구축을 해결할 수 있고 주주 대표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금융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셀프 연임 등 경영승계 문제와 채용비리 등 적폐가 드러나며 금융당국도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또 사외이사들은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올해 금융사들은 전문가와 학계 중심으로 사외이사들을 영입하고 있는 추세다. 기업은행이 추천한 신충식 전 농협금융 회장은 농협에서 입사 후 농협금융 초대 회장에 오른 농협맨으로 업계에 정통한 인물로 알려졌다. 김세직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다.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를 없애기 위해 관료 출신의 인물을 배제한 것이 아니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KB국민은행은 13일 안강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과 석승훈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법률과 리스크 전문가를 영입한다는 취지에서다. 앞서 KB금융은 김경호 홍익대 경영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신한금융은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 허용학 홍콩 퍼스트브릿지스트래티지 대표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관료 출신 인물들도 있으나 해외부문에서 전문가로 불리는 인사들로 포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은 이정원 전 신한은행 부행장을 3월 주총에서 선임할 예정이다. DGB금융그룹 또한 금융을 비롯해 IT,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알려진 5명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새롭게 선임하면서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 물색부터 선정까지 자문을 거치는 등 깊이 있는 검토가 이뤄진다"며 "금융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배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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