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ㅣ그린란드를 읽다-③] 세계유산, 아이스피오르드가 사라지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ekn.kr 2019.01.03 1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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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지속되면 '만년설 없는 그린란드' 될 수도

▲일루리샛의 아이스피오르드. 빙산 앞에 물개를 사냥하는 배가 보인다.[사진=정종오 기자]

▲빙하 전면부는 지난 10년 동안 10km 후퇴한 것으로 분석됐다.[자료제공=일루리샛 아이스피오르드]


[누크·일루리샛(그린란드)=정종오 기자] 그린란드 일루리샛(ILULISSAT)은 아이스피오르드(Icefjord)로 유명한 곳이다. 2004년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뛰어난 빙하 경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아이스피오르드를 보호해 전 세계 미래 세대들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고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아이스피오르드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2018년 12월19일 직접 눈으로 본 아이스피오르드는 장관이었다. 12월의 그린란드 일루리샛은 해가 뜨지 않는다. 옅은 푸른 색을 머금은 빙산이 앞다퉈 다가왔다. 일루리샛 아이스피오르드 보호지역은 총 4000㎢에 이른다. 길이는 70km에 달한다. 가장 큰 빙산(Iceberg)는 폭이 2km, 해수면에서 높이가 120m에 이른다. 미국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높이가 93m이니 빙산의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일 년에 약 46㎦ 규모의 얼음을 만든다. 이는 1년 동안 미국이 소비할 수 있는 담수 량에 맞먹는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 같은 빙하와 빙산이 지금 녹고 있다. 그린란드는 국토의 81%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 빙관(뒤덮고 있는 만년설)이 깨지면서 빙하가 만들어진다. 빙하 전면부Glacier Front)가 떨어지면서 아이스피오르드가 만들어진다. 일루리샛 빙산은 이런 과정을 통해 생성된다. 지구 온난화로 현재 일루리샛 빙산은 작아지고 줄어들고 있다. 일루리샛 아이스피오르드의 콘래드(Konrad Seblon) 씨는 "빙하 전면부가 기후변화로 인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빙하 전면부는 1950~1990년까지는 안정적이었다. 이후 빙하 전면부는 점점 대륙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빙하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년 동안 약 10km 후퇴한 것으로 분석됐다. 콘래드 씨는 "빙하가 후퇴하는 속도가 매년 두 배 정도씩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늘에서 본 그린란드. 그린란드는 81%가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다.[사진=정종오 기자]


2018년 12월 19일 배를 타고 일루리샛 디스코(Disko) 만의 빙산 탐험에 나섰다. 온난화로 인한 변화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가이드로 나선 월드오브그린란드의 라스(Lars) 씨는 "빙산이 갈수록 작아지고 녹아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100∼120m 높이였는데 지금은 60~70m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빙산은 해수면 위로 올라와 있는 부분보다 바다 속에 잠겨 있는 부분이 더 많다. 10~15%만 해수면 위로 솟아 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크다.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생긴 이유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루리샛 아이스피오르드를 ‘지구 기후 바로미터(Earth Climate Barometer)’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루리샛 아이스피오르드 측은 "지구상의 그 어떤 지역보다 이곳 아이스피오르드가 기후변화의 결과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가 됐다"며 "지구 온난화 정도에 따라 그만큼 빙하가 계속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그린란드 주민들도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만난 덴마크 출신의 택시 기사는 "지구 온난화로 그린란드는 여름에는 춥고 겨울에는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여름엔 따뜻하고 겨울엔 추워야 하는데 이상기후가 펼쳐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일루리샛에 거주하고 있는 시카(Sika Petersen) 씨는 "내가 어렸을 때는 바다가 꽁꽁 얼어 개썰매를 타고 바다 위를 갈 수 있었다"며 "지금은 바다가 녹아 우리 아이들은 이런 경험을 할 수 없을 것이고 이야기로만 듣게 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권(북위 66도 이상)은 지구 온난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 북극권은 지구 온난화 영향에 매우 민감하다. 이는 ‘바다와 얼음’의 역학관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 있을 때는 이른바 알베도(Albedo, 지표면에서 반사되는 태양 에너지 양)가 높다. 태양빛을 더 많이 반사한다. 반면 얼음이 녹아 짙푸른 바닷물이 많아지면 알베도가 떨어져 태양빛을 더 많이 흡수한다. 그만큼 기온은 오르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북극권은 얼음이 녹으면서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피드백(Feedback)’ 효과로 다른 지역보다 기온 상승폭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유경 극지연구소 박사는 ‘북극 노트(Arctic Note)’ 책에서 "북극은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는데 매년 8~10개월 동안 눈에 덮여 있다"며 "1972~2009년 동안 북극에서 눈이 덮여 있는 기간이 10년마다 평균 3.4일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극권에 있는 눈과 얼음이 녹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북극은 ‘얼음 없는 북극(Ice Free Arctic)’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린란드도 이런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점점 후퇴하면서 끝내 ‘만년설 없는 그린란드(Icecap Free Greenland)’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권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일루리샛의 빙산은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사진=정종오 기자]

▲만년설에서 빙산이 탄생하는 과정.[자료제공=일루리샛 아이스피오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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