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국제유가 변동의 ‘트럼프 요인’

에너지경제 ekn@ekn.kr 2018.12.05 09: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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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원유수출 제재 복원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증산 압력은 올해 국제 유가의 등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올 3월 트럼프는 5월로 만기가 도래하는 이란 핵 합의(JCPOA) 연장 여부에 대한 결정 시한을 앞두고 핵 합의를 파기하고 이란 원유수출 제재를 재개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국제 유가는 예상되는 이란 원유의 공급 차질과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 부족을 우려해 상승세를 보였다. 

트럼프는 5월 8일 이란 제재를 재개하기로 결정하고 180일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11월 4일까지 모든 원유수입국들에게 이란산 원유수입의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실시한 제재와 비교해 훨씬 강도 높은 조치였다. 당시에는 이란 원유수입을 대략 20% 감축한 국가들은 제재가 면제됐었다. 당연히 트럼프의 결정이 석유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컸고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트럼프는 4월과 6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제 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에 의해 인위적으로 상승했다면서 OPEC 산유국들을 맹비난했다. 이와 함께 OPEC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사우디에게 원유의 생산을 늘리라고 압력을 가했다. 사우디는 6월 22일 열린 OPEC 총회에서 감산 참여국들의 과도한 감산을 완화한다는 명분으로 하루 약 100만 배럴을 증산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우디는 이슬람 종파 갈등으로 숙적 관계에 있는 이란을 제재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인 11월 초에 당초 요구와는 달리 주요 이란산 원유수입국들에 대해 6개월 동안 수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예상 밖의 조치가 나오자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대신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가는 급속히 하락했다.

유가가 급락세로 돌아서자 사우디는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협력국들과 하루 140만 배럴 규모의 감산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과 세계 경제를 진작시키기 위해 유가가 더 낮아져야 한다며 사우디를 다시 압박했다. 사우디는 10월 초에 터키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있었던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이미 미국과의 관계에서 입지가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10월 초 배럴당 84달러까지 상승했으나 11월 29일 배럴당 58달러로 하락하며 연중 일일 최저가격을 기록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생산국일뿐더러 최대 석유소비국이다. 고유가는 소비자들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 집약적인 제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저유가는 석유산업과 그 연관 산업의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미국에게는 아주 높거나 낮지 않은 수준의 유가가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상대적으로 저유가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트럼프가 2020년 예정인 대선에서 재선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관측이 많다. 텍사스 주 등 석유생산 지역은 전통적으로 트럼프가 소속된 공화당이 우세하지만 플로리다,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바니아 등 석유소비 지역이 미국 대선의 향방을 좌우하는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이기 때문이다.

석유는 수요와 공급이 탄력적으로 조정되기 어려워 다른 어느 상품보다도 가격 변동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요인인 ‘트럼프 요인’이 가세해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국제 유가의 과도한 상승과 하락은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 정부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해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지만 국제 유가 변동에 단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여 우리 경제가 에너지를 적게 쓰는 구조로 전환해 나가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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